광고를 단 한번도 해 본 적이 없는데 입소문 하나로 30년째 문이 닳도록 사람들이 찾아 든다는 유명한 맛집이 있다고 해서 다음날 위를 탈탈 비우고 달려갔다.

이름은 “무명(无名)”이다. 이름을 지어주는 것마저 귀찮아서 그냥 무명이라고 한 건지 아님 요리에 자신이 있어서 무명이라고 한 건지 하여간 배짱은 있네.

쥐푸로14호(曲阜路14号) 워낙 일방통행이 많은 중산로(中山路)라 어렵게 운전을 해서 왔는데 좀 많이 난감한 외부인테리어 땜에 잠깐 망설였다가 인터넷의 힘을 믿고 들어가 보기로 했다.

지금 시간은 오후 2시, 하지만 사람들은 꽉 차있다. 운이 좋게 문을 들어가는 타이밍에 3팀이 식사를 마치고 일어나 창문 옆으로 자리를 잡고 캐왔던 정보대로 요리를 주문했다.

훙사오따샤(红烧大虾), 훙사오황화위(红烧黄花鱼), 러우뭐윈더우(肉末芸豆), 하우유성차이(蚝油生菜)... 여기는 주문과 동시에 음식값을 지불해야 한다.

음식점은 요렇게 딱 방이 두 개다. 안쪽 방에는 5개 테이블이 있고 바깥쪽에는 접이식 테이블로 7개까지 가능하다. 요즘은 좀 쌀쌀해 그렇지 여름에는 밖에도 줄줄이 앉아서 식사를 한다고 한다.

인테리어는 밖이나 안이나 다름없이‘골동품’이다. 하지만 구석구석 잘~ 살펴보면 깨끗하다. 주인 아주머니 옷 스타일만 봐도 깔끔하다. 그리고 이렇게 짬짬이 여기저기를 닦는다.

주인 아주머니 왈 “건물이 오래돼서 계속 닦아줘야 돼요. 그리고 가능한 음식 맛에 신경을 쓰고 인테리어는 깨끗하기만 하면 돼요”

찾아오는 손님들은 대략 보아하니 여행용가방을 밀고 온 젊은 여행객, 조기구이 한 개만 시켜 먹고 후딱 일어나는 동네 아저씨, 오붓하게 모여 앉아 풍성한 한끼 식사를 하는 가족들 그리고 우리들처럼 그냥 맛집 찾아온 사람들..기타 등등.

주문한 지 몇 분 지나지 않아 요리가 오르기 시작한다. 다른 식당보다 훨씬 빠른 듯.

훙사오따샤(红烧大虾)
훙사오따샤는 칭다오 대표요리다. 먼저 새우를 튀겨내고 걸쭉한 양념장을 넣어 볶아내는 듯. 새우는 잡냄새가 전혀 없고 바삭해 머리부터 꼬리까지 다 먹어도 되며 양념장은 약간 달짝지근하면서 깊은 맛이 나는데 전혀 느끼함이 없다. 혹시 나도 이제는 이런 맛에 적응을 해가는 걸까?

훙사오황화위(红烧黄花鱼)
예전에 한참 동안 점심 도시락으로 조기구이만 먹어서 질렸었는데 이렇게 또 양념을 듬뿍 바르니 맛있네. 조기구이도 조기를 살짝 구워낸 다음 숭숭 썬 파랑, 생강, 말린 고추를 볶아내고 걸죽한 양념장을 넣어 조기 위에 끼얹어 준 듯한 느낌이다. 생선 비린내를 잡아주면서 고소한 맛은 유지하고 단맛과 새콤한 맛, 매콤한 맛이 적당히 어우러져 한 접시 그냥 바로 해치웠다.

무명음식점의 요리들은 양념이 넉넉하고 맛이 깊다. 그리고 아~무런 꾸밈이 없이 뚝딱 볶아서 후다닥 나오는 편이다.

2시 40분 쯤~ 이제는 아주머니들이 모여 앉아 저녁 음식 재료 준비를 하고 있다. 정겹다고 해야 할까?? 우리 동네 어머님들 같다는 느낌이 든다.

마지막으로 ..한마디..쥐푸로(曲阜路)는 구 시가지의 심장과도 같은 길인데 독일 수도 이름을 빌어 베를린로라고 이름을 지었을 정도면 그때 당시에는 굉장히 유명했던 길이다. 동쪽으로 쭉~ 올라가면 천주교당이 보인다.

퇴근시간 : 저녁 9시
주소 : 취푸로 14호(曲阜路14호), 중산로 천주교당 올라가는 길 옆
연락처 : 0532) 8287-5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