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오는 블랙선 카페에 앉아 있으니 어느새 기분이 묘해졌다. 한 여름의 땡볕과는 상관없이 시원한 공간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갖고 싶었다.

이게 얼마만인가... 친구들과 조용하게 이야기를 나눠 본 것이. 난 카푸치노, 넌 망고쥬스, 쟤는 모카, 막내는 위스키. 커피 한 잔에 온 오후를 보낼 수 있는 블랙선에서는 물끄러미 한 곳만 바라보면서 자기만의 생각에 젖어있는 손님도 적지 않다.

창밖에 질주하는 차를 보며, 더운 날 화초에 물을 뿌리고 있는 아저씨를 보면 잠시나마 나 자신이 어디와 있는지를 망각한 상태이다.

2층 출입문 맞은켠에 위치한 자리에는 옛날식 궤짝으로 장식되어 있다. 그 궤짝안에는 꼭 마치 학교 다닐 적에 받았던 연애편지, 친구들과 다투고 나서 화해하자고 나누던 쪽지, 시험성적이 너무 낮아서 집으로 가져 가지 못했던 성적표들이 들어 있는 것만 같았다. 혼자만의 잡생각에 잠겨 있던 와중에 화장실 다녀 온 막내가 이렇게 개성만점인 화장실은 처음 본다며 감탄을 했다.

고향이 홍콩인 정봉현 사장이 조용한 환경을 좋아해 900평 가까이 되는 블랙선을 직접 디자인하고 작은 것까지 신경을 써 구석구석에서 사람을 감탄케하는 장식품들이 보였다. 화장실 문이 옛날 중국식 나무걸이이고 휴지통도 다른데서는 거의 볼수 없는 "골동품"이며 수도꼭지마저도 예술성이 깃들여 있었다.
 
지하에서는 포켓볼을 즐길수 있고 테이블 중간에 있는 얼음에 담궈 놓은 맥주가 한 여름의 더위를 가셔 주었다. 1층 중간에 걸어 놓은 티비에서는 한창 야구경기가 중계되고 있었고 2층에서는 간혹 조용조용 얘기하는 소리와 여자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블랙선의 영업시간을 물으니 아침 11시에서 오후 6시까지는 카페이고 오후 6시부터 새벽 1시 30분까지는 바(bar)라는 것이었다. 커피원두는 전부 한국 직수입이고 맥주는 중국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맥주여서 커피 타임과 바 타임을 모두 완벽하게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실외에도 테이블이 갖추어져 있는데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이 곳이 청양의 명소로 부상하지 않겠냐며 정봉현 사장은 확신에 찬 표정이었다. 청양점이 1호점이고 앞으로 홍콩과 한국에 2호, 3호 체인점을 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음에 쏙 드는 커피 문화와 술 문화가 없다고 어디로 갈 지 고민하지 말고 이젠 블랙선으로 발걸음을 옮겨 보자.

커피 한 잔에 어느 여름날 오후를 나는 블랙선과 함께 했다.

영업시간: 오전 11시~새벽 1시 30분
연락처: 6679-9325
위치: 청양구 흥양로 397번지 완커(万科) 매력지성(세기공원관리처 맞은편)

글: 하오산동 김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