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니즘 건축의 마지막 대가' 이오핑 페이 102세 별세

오늘날 루브르박물관의 상징이 된 유리 피라미드 설계로 이름을 떨친 중국계 미국인 건축가 이오밍 페이(I.M.Pei)가 지난 16일(현지시각) 102세로 별세했다.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그의 아들 천충 페이는 부친이 전날밤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국영중앙(CCTV) 등 현지 언론들은 그를 "모더니즘 건축의 마지막 대가"라 표현하며 그의 별세 소식을 앞다퉈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모던한 디자인과 세간의 이목을 끄는 건축물로 20세기 가장 유명세를 떨친 다작 건축가"라고 묘사했다.

1917년 중국 광저우에서 명문 은행가 집안 아들로 태어난 페이는 외국영화 속에 나오는 미국 캠퍼스 건축스타일에 꽂혀 건축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가업을 물려받길 원하는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고 고등학교 졸업후 미국으로 건너가 펜실베니아대 건축학과에 진학, 이후 매사추세츠공대(MIT) 건축과로 편입했다.

이후 하버드대 건축학 석사를 마친 그는 뉴욕 부동산 업체에서 첫 중국인 건축가로 입사, 7년간 근무하며 각종 대규모 건축물 설계와 도시계획 관련 실무를 섭렵, 1955년 자신의 이름을 딴 건축 설계사무소를 설립한 후 전 세계 건축업계에서 왕성하게 활동했다.  현재까지 그의 손을 거쳐 탄생한 작품만 모두 70여개가 넘는다.  1983년 '건축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 상도 수상했다. 

이오밍 페이의 대표작으로는 루브르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가 꼽힌다. 30여년전 설계 당시에만 해도 철골과 유리벽으로 된 피라미드가 루브르 박물관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며 프랑스인들의 거부감은 대단했다. 현지 언론들은 '디즈니랜드의 부속건물'이라 비꼬았고, 환경단체들은 '사막에 있어야할 건축물'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오늘날 유리 피라미드는 루브르 박물관의 상징물이 됐다. 

이외에도 미국 워싱턴 내셔널갤러리(1974), 존 F.케네디 도서관(1979), 홍콩 중국은행 타워(1989), 미국 로큰롤 명예의 전당(1995), 쑤저우박물관(2006) 등이 있다.

 "민족적일수록 세계적이다"는 말을 일삼는 페이는 전통적 건축적 요소 위에 단순한 미래지향적 디자인과 공법을 결합하고, 돌·유리·철강 등을 자재로 활용한 작품을 주로 선보였다.  이를 통해 전통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도 현대적인 공간을 재창조하는 게 특징이다. 로이터 통신은 빛에 대한 경외를 바탕으로 기하학적인 구조와 추상미를 선보였다고 평가했다.

이오밍 페이는 지난 2008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현대 건축가들은 무언가에 모더니즘을 강요하는 경향이 있다"며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도 발전하지만 나는 시작을 잊고 싶지 않다. 영원한 건축물은 반드시 뿌리가 있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출처: 아주경제 5월 17일자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