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근처에 이따금씩 편하게 한 끼를 하러 가는 식당이 있다. 위가 작아서 밥 한 공기도 다 비우지 않을 정도로 평소에 음식을 많이 먹지 못하는데 이상하게 여기서 밥을 먹으면 밥 한 공기를 다 먹고 배가 부르게 먹고 나도 속이 편하다.

이런 식당은 널리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에 몇 달을 벼르고 벼르다 이 곳을 취재하기로 맘 먹었다.

청도 노산구 홍콩로, 기린호텔 길 건너에 있는 남촌(南村).

안내를 받아 2층 테이블 2개가 놓인 방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취재를 왔으니 좀 더 유심히 살펴 보았는데 맨 처음에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은 정말 깨끗하다는 것. 인테리어가 화려하다거나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식당 구석구석 먼지 하나 날리지 않을 것 같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위생국에서 식당에 갑자기 찾아와서 검열을 했는데, 돌아다니면서 이렇게 깨끗한 집은 처음 본다고 했을 정도라니.

깔끔하게 담긴 기본 반찬 9가지(배추 물김치 시원합니다), 먹다 남은 반찬은 100% 다 버린다는 것. 이 내용을 아는 손님들 중에는 아깝다고 싸서 들고 가는 분도 있다고 한다.

오늘 메뉴는 코다리콩나물찜과 남촌표 닭찜.

식당을 취재하면서 먹은 음식 이야기가 빠지면 안되겠지만 오늘은 음식 맛이 이래서 맛있다 저래서 맛있다는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오늘은 무엇을 먹었느냐 보다 어떤 사람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음식을 만드는 지를 이야기하고 싶다.

음식을 먹으면서 사장님 부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엄마의 마음

프랜차이즈가 비지니스 모델로 바뀌면서 부터 음식의 맛이 획일화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음식의 맛을 유지해야 하는 프랜차이즈의 피할 수 없는 결정때문에 아마도 레시피라는게 만들어지고 소스를 통한 음식 맛의 결정이 만들어낸 결과일 것이다.

남촌은 손 맛이다. 엄마가 가족을 위해 만드는 엄마의 정성과 느낌 그대로 밑반찬 부터 모든 메뉴가 결정된다. 레시피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 한국 음식이라는게 레시피로 만들어 내는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말씀을 하신다. 한국음식은 재료 자체가 ‘장‘만 해도 오랜 시간을 준비해야 되는 것들이고 그 장 맛부터 달라진다시며 한국 음식은 ‘손‘맛이 정답이라는 게 남촌만의 철학이라신다. 

필자가 남촌을 찾는 이유가 바로 이 ‘집 밥‘같은 느낌 때문이다.

손님들과 얽힌 일화

식당에 자주 오는 손님이 일본에서 온 바이어와 함께 왔는데, 그 일본 손님으로부터 격려금을 받았다는 믿기 힘든 이야기. 아직도 그 봉투를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뉴욕에서 일 때문에 청도에 잠깐 들른 손님이 지인 소개를 받고 일부러 찾아 왔다는 이야기.
싱가폴에 가족을 보러 가면서 음식을 아이스박스에 담아서 가지고 간 손님.
멀리 외지로 이사갔지만 이따금 청도 들를 때마다 꼭 이 곳에 식사를 하러 오는 손님.

그리고 최근에는 한국을 다녀 온 한족들의 평가가 좋다고 한다. 그냥 한국 음식점이 아니라 진정한 한국 맛을 내는 식당이라고.

따로 광고를 안 하는 이유

한인타운이 있는 도시라면 어딜 가나 잡지며 신문이며 광고할 곳이 널려 있는데 안 하는 이유가 굼금했다.

사모님 말씀은 딱히 내세울 만한 메뉴가 없어서라고 하시고(이건 가진 자의 여유인가…). 사장님 말씀은 양심때문이라고 하신다. 무슨 뜻인가 했더니 광고라고 하는 것이 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과장을 하게 되는데 그게 싫어서라고 하신다.

근데.. 예전에 이미 청도 지역 방송을 타셨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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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촌의 의미

남촌(南村)하면 따뜻한 남쪽이 떠오르는 마음의 고향이고, 고향을 그리워 하는 마음을 담고 있기 때문에 이름을 지었다고.

하지만 지금 [남촌]은 곧 [사명감]이라고 하신다.

주방일을 직접 맡으면서 지키고 싶은 단 한 가지, 가정에서 가족이 먹는 음식을 만들 듯이 손님이 와서 먹고 탈없이 건강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씀 하신다. 매일 매일 그날 쓸 식자재를 들여다 쓰는 것부터 남들은 과격하게 표현하면 미쳤다고 하지만 먹다 남은 음식을 모두 버리는 것까지.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식당을 운영하면서 겪은 수많은 일과 ‘남촌’에 대한 자랑을 계속 하시던 사장님, 시간이 네 시가 되자 너무 오래 붙잡고 있는 것 아니냐고 하시며 놓아 주신다.^^

필자는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간헐적단식을 하고 있다. 오늘이 나흘째이고, 어제 점심을 12시에 먹고 여기에 왔다. 한 시 조금 넘어서부터 먹기 시작해 세시까지 천천히 먹었고 이야기를 하다가 네 시에 식당을 나왔다. 얼마나 먹었는지 위가 늘어나면서 찢어지는 느낌이 들 정도로 먹었다. 역시나 신기한 것은 배는 부르지만 더부룩하지 않고 기분 좋은 포만감.

실은 ‘남촌(南村)’이라는 간판을 볼 때마다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보았던 제목만 생각나는 [산너머 남촌에는] 이라는 시가 떠올라서 찾아 보았다. [국경의 밤]으로도 유명한 파인 김동환 시인 작품. 속으로 천천히 읊어 보았더니 따뜻한 봄기운과 함께 마음까지 따뜻해 지는 느낌.

산너머 남촌에는
 
                               김동환
 
산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꽃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 익는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
어느 것 한 가진들 실어 안 오리
남촌서 남풍(南風) 불 제 나는 좋데나.
 
산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저 하늘 저 빛깔이 저리 고울까.
금잔디 너른 벌엔 호랑나비 떼
버들밭 실개천엔 종달새 노래,
어느 것 한 가진들 들려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데나.
 
산너머 남촌에는 배나무 있고
배나무꽃 아래엔 누가 섰다기,
그리운 생각에 재를 오르니
구름에 가리어 아니 보이네.
끊었다 이어 오는 가는 노래는
바람을 타고서 고이 들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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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촌(南村)

청도시노산구홍콩동로 316 농해원내(홍콩로 기린호텔 길건너)

0532-8889-0346 ( 반찬구매 가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