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시내에서 30분, 청양에서는 겨우 15분 거리에 승마장이 있다는 사실.

승마가 부자만이 즐기는 스포츠가 아니라는 사실.

승마에 대한 우리들의 편견을 깨뜨리러 특별한 곳으로 달려 갑니다.

아는 분이 지모에 있는 승마장을 소개해 주셔서 오후 2시 쯤으로 약속을 잡았다.

말이 130필이나 되는 큰 곳이라 해서 청도 시내에서 한 시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한 시가 조금 되기 전에 출발. 승마장 사장님이 알려 준 대로 청양北톨게이트를 나와서 좌회전, 원래는 이렇게 가다가 큰 길에서 우회전하면 바로 나오는데 지금은 공사 중이라서 작은 길로 살짝 돌아서 들어갔다. 골목을 돌 때마다 사장님이 귀신처럼 알고 전화로 다음에 어디로 갈 지 알려 주신다. 나중에 마치 위성으로 훤히 들여다 보고 계신 것 같았다고 농담을 했을 정도.

승마장 입구에 도착하니 검은 색 긴 부츠를 신고 흔히 볼 수 없는 복장을 한 사람이 마중 나와 있다. 시간을 보니 1시 20분, 시내에서 출발했는데 25분 밖에 안 걸렸다.

사장님은 우리가 도착하자 마자 이곳 저곳을 데리고 다니며 소개를 해 주신다.

30만 평방미터에 말이 무려 130마리. 400미터 트랙은 기본이고 실내 연습장에, 한창 짓고 있는 1킬로미터 트랙, 여기에 밖으로 나가는 두 시간 짜리 외주 코스까지… 가까운 곳에 이런 곳이 있으리라곤 생각을 못했는데.

승마클럽 사장님, 그 중 한 놈과 다정하게 한 컷.

사자나 원숭이 등등 무리 생활을 하는 동물의 특징 중에 하나가 서열이 있다는 것인데 말도 무리에서 우두머리가 있다. 이렇게 놀다가 저녁쯤 해서 말이 머무는 마방(马房)으로 들어 갈 때에는 우두머리가 앞서 가고 다른 말이 그 뒤를 따른다고. 그리고 말도 자기 식구와 남을 구분해서 다른 마방 소속 가끔 다툼이 있다고 하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주신다.

여기서 잠깐 승마 상식.

말에게 접근할 때는 반드시 말의 시야 안에서 천천히 움직여야 한다는 것.

우선 부드러우 목소리를 내면서 2~3 미터 거리까지 접근한 다음 잠시 멈추고 말에게 내가 접근한다는 것을 인지시킨다. 

다시 부드러운 목소리를 내며 반드시 말의 왼쪽으로 해서 다가간다. 

그리고 손을 내밀어 코에 대고 냄새를 맡게 한다. 그 다음에 목, 어깨, 배, 엉덩이 순으로 쓰다듬어 친밀감을 높인다.

하지만 말의 시선을 벗어나서는 안 되고 말의 뒷쪽은 뒷발에 채일 수 있는 위험지역이므로 절대로 이쪽으로 가서는 안 된다.

말의 행동을 계속 주시하고 있어야 하는데 만약 말이 귀를 뒤로 젖힌다면 매우 화가 나 있는 상태이므로 조심해야 한다.(이 이야기는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마의(马医)의 한 장면에서 보았던 기억이 난다.)

주변을 돌아 보고 나서 아담하게 꾸며 놓은 카페로 들어 왔다. 말을 타러 온 손님들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쉬는 공간이다. 저기 까만 옷에 머리 큰 사람이 바로 필자. 얼굴 안 나오길 다행. 포토님 감사~.

명함을 주고 받았다. 버니스승마클럽 사장 사재철. 흔치 않은 사(史)씨 성이시네.

사모님이 내려 주신 원두커피를 마시는데 사장님은 계속해서 승마장에 자기 자랑질.

중국에 들어 온 지는 5년 정도가 됐고 한국에서 2001년부터 승마장을 운영한 경험을 살려서 이 승마장에서 올해 6월부터 버니스승마클럽을 운영하고 있고, 초기라서 아직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지 않았지만 지인들을 통해서 찾아 오는 회원이 적지 않다고 한다. 지금 하고 있는 승마를 비롯해 스쿠버, 골프, 요트 등등 레저 스포츠 종류는 두루두루 섭렵했다고 하시는데 얘기를 계속 듣다 보니 레저라고는 잼병인 필자, 구수하던 커피 맛이 점점 쓴 맛으로 변해간다.

승마장은 중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승마장이고 한국엔 이런 규모로 된 승마장이 아예 없다고 한다.

비용이 궁금했다. 승마라고 하면 갑부거나 귀족이나 돼야 즐기는 놀이로 알고 있는데 비싸지 않을까.

그런데.. 이게 웬 일. 맨 처음 맛보기로 탈 때 200원, 쿠폰을 구입할 경우 한 시간에 130~150원. 장비는 모두 무료로 빌려 쓸 수 있다.

승마에 푹 빠져서 꾸준히 하시는 회원은 개인 장비를 갖추다고 하는데 장비 가격은 얼마나 할까… 머리에 쓰는 모자부터 상하의, 부츠까지 1000원 정도면 맞출 수 있다고. 평소에 배드민턴을 즐기는 필자. 1000원이면 라켓 한 자루 가격 밖에 안되고 신발 한 켤레도 괜찮은 것은 저 정도 한다. 엄청 비쌀 것으로 예상했는데 내가 승마보다도 비싼 운동을 하고 있다는 말인가.. 저 얘기를 듣고 순간 멘붕.

커피를 끓여 주시고 저 쪽에서 조용히 앉아 계시던 사모님, 참지를 못하고 직접 말을 타면서 느낀 것과 전문가들이 연구를 통해 얻은 논문까지 들이대시면서 승마를 하면 뭐가 좋은 지 읊으신다.

언뜻 보기엔 사람을 태운 말이 힘들고 가만히 앉아만 있는 사람은 전혀 운동이 될 것 같지 않은데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다. 말 위에서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해야 하니 하체 운동이 되고, 움직임에 따라 몸이 리듬을 타야 하니 허리 척추 교정효과가 있다.

성장기 어린 아이들에게는 성장판을 자극해 키가 크는데 도움이 된다. 들썩들썩 상체를 움직이면서 제내 장기 운동이 활발해 져서 장운동이 좋아지니 소화도 잘 되고 내장 비만이 줄어드니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 나이 들면서 엉덩이가 처져서 고민인 분들에게도 승마가 제격.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좋다는 것인데 실제로 5살 된 꼬맹이부터 중년 주부에, 연세가 꽤 되신 사장님들까지 회원이라고 한다.

여기는 면적이 무려 3000평방미터나 되는 실내 승마장. 날씨가 좋지 않을 때나 초보자들이 맨 처음 연습을 시작하는 곳이다. 한국 승마장에서는 말의 배설물을 흙과 함께 갈아서 엎는데 이곳은 관리인들이 하나하나 모두 골라 내기 때문에 한국 승마장보다 더 깨끗하다는 설명.

실내 연습장에서 나오는데 외주 코스를 돌고 돌아 오는 말 두 마리가 있다. 사진 좀 찍자고 했더니 기수는 흐뭇한 얼굴로 기꺼이 모델이 되어 주시는데 말은 기분이 좋지 않나 보다. 아마 속으로 ‘장거리 뛰고 얼른 들어가서 쉬고 싶은데 귀찮게 하네’ 하는 듯.

나오는 길에 사장님 부부와 승마장 무법자 용감이 한 데 모아 놓고 한 컷. 훤칠한 키에 풍채 좋은 사장님과 미모의 안 주인님, 사진 좀 찍어 봤는지 의젓한 척 폼 잡고 있는 용감이.

핸드폰을 찍어 보니 벌써 4시가 넘었다. 여기 저기 둘러 보면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3시간이 훌쩍 가버렸나 보다.

말에 대해서는 아예 생각조차 없었고 영화나 사극에서 나오는 말처럼 그저 자동차가 없었던 시절에 쓰던 운송수단으로만 여겼던 필자. 하지만 말은 자동차처럼 조작으로 움직이는 기계가 아닌 생명체이다. 말은 기수가 초보인지 고수인지 알아 보고 초보가 말을 타면 딴 짓을 할 정도로 영리하고, 고삐를 마구 당기면 기분 나쁘다고 “히힝”거리면서 고개를 흔들기도 하는 감정을 가졌고 겁이 많은 예민한 동물이다. 그러다 보니 집에서 애완동물을 키울 때도 사람과 동물 사이에 교감이 필요하듯이 말을 타는 사람도 말과 교감이 없이는 말을 탈 수가 없다고 한다.

말마다 신체의 특성이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그날 그날 몸 상태가 다르고, 시시때때로 감정 상태가 다른데도 불구하고 내 의지가 아닌 말의 마음을 움직여야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다는 것. 이 것이 승마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이 아닌가 싶다.

* 승마 비용 *

 - 체험승마(1회) 45분 ~ 1시간 : 200원

 - 쿠폰 : 가족이 함께 사용 가능

    10회 1500원, 15회 2000원

- 정기회원 : 매회 90분 씩

     한 달 : 2,600원

     3개월 : 5,400원

     6개월 : 8,200원

     1년 : 13,000원

* 버니스승마클럽 *

주소 : 청도 지모시 주쟝2로 15호(青岛 即墨市 珠江2路 15号)

연락처 : 186-5328-5979, 151-9277-5823

홈페이지 : www.qdhorse.com - 클럽 소개와 레슨 동영상이 있어요.

찾아가는 길 : 城阳北 톨게이트나와서 좌회전, 珠江2路 사거리에서 우회전해서 약 1킬로미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