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화웨이 장비 금지령 이후 처음으로 日언론과 만나

-"미국 이럴 줄 알고 준비해와...화웨이 기술력 세계 최고"

-올 들어 수차례 외신 인터뷰... 적극적 태도로 위기돌파

“미국의 조치가 화웨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ZTE(중신통신)의 전철을 밟을 생각도 없다.”

런정페이(任正非) 화웨이 회장은 18일 중국 선전의 화웨이 본사에서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이 같이 말했다.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길 꺼려했던 런 회장은 올 들어 부쩍 외신과의 잦은 인터뷰로 입장을 전하고 있다. 화웨이를 향한 미국의 압박에 직접 자신감을 드러내면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美 제재에도 의연… “예상해 준비해왔다”

지난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미국 안보를 위협하는 기업이 만든 통신 장비를 자국 기업이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정보통신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 상무부는 화웨이와 70여개 계열사를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렸다.

중국은 즉시 반발에 나섰고, 화웨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졌다. 지난해 미국이 펼친 ‘화웨이 보이콧’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시 압박이 가해지면서 이번에는 화웨이가 빠져나가기 힘들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미국 정부마저 화웨이 제재가 예상보다 너무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이자 일부 기업들에는 화웨이와 거래를 할 수 있는 90일짜리 임시 면허 발급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나오는 상황이다.

그러나 일본 언론 앞에 선 런 회장은 의연했다. 그는 이번 미국의 규제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화웨이의 성장 속도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부분적인 것에 그칠 것”이라면서 “올해 매출 둔화율은 20% 미만일 것”이라고 말했다. 

런 회장은 “미국의 이 같은 조치를 미리 예상하고 준비를 해 왔다”며 “퀄컴 등 미국의 반도체 회사들이 우리에게 반도체를 팔지 않아도 큰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화웨이의 반도체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이 트럼프 대통령의 시나리오를 오래전부터 상정하고 준비를 해와 대부분의 반도체를 자체 공급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또 다른 중국 통신장비 업체인 ZTE의 전철을 밟을 생각도 없다고 런 회장은 강조했다. ZTE는 지난해 대이란 제재를 어겼다는 이유로 미국의 제재를 맞으면서 폐업 위기까지 몰렸다. 인텔이나 퀄컴 등 미국 기업으로부터 공급받던 반도체 등 핵심부품의 수급이 끊기자 결국 미국에 10억 달러 이상의 벌금과 경영진 교체, 감시체제 구축 등을 합의한 뒤에야 제재를 벗어날 수 있었다.

런 회장은 "과거에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ZTE처럼 미국의 요구에 따라 경영진을 쇄신하거나 미국 행정부의 감시를 수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ZTE는 이와 관련해 중국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화웨이는 중재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고 도움을 받는 것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런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난도 쏟았다. 그는 "무역상대국을 위협하고 협박하는 정책은 결국 미국의 신용을 잃게 만들 것"이라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정책 기조가 중국 경제개혁에 자극이 되고 궁극적으로는 기업들의 경쟁 환경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올 1·2월에도 외신과 인터뷰... 자신감으로 '위기극복' 

런 회장이 이 같은 인터뷰는 직접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 화웨이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런 회장은 미국을 시작으로 한 화웨이 보이콧 움직임이 확산됐던 지난 1월에도 4년만에 외신들 앞에 등장해 자신감을 드러내며 미국에 반격했다.

당시 런 회장은 ‘중국 당국이 외국 고객이나 그들의 통신망에 대한 비밀정보를 요청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런 요청에 분명히 ‘노(No)’라고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런 회장은 “화웨이는 중국 정부를 위해 스파이 활동을 한 적이 절대 없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공산당을 지지하지만 고객들과 회사의 이익에, 또 전 세계에 해를 가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뒤이어 2월에도 미국 CBS, 영국 BBC와 인터뷰를 갖고 화웨이 기술력에 대해 어필했다. 그는 BBS와 가진 인터뷰에서 “세계는 우리를 버릴 수 없다”며 “가장 발 빠른 기술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CBS와의 인터뷰에서는 “화웨이는 결코 중국 정보에 어떠한 정보도 제공한 적이 없다”며 “앞으로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적극적인 런 회장의 모습에 효과가 나타났다. 5G 시장에서 뒤처질까 우려하고 있던 일부 미국 동맹국들이 화웨이의 손을 들었다. 영국과 독일, 유럽연합(EU) 등이 잇달아 미국의 화웨이 보이콧 제안을 무시하고 화웨이를 5세대 이동통신(5G) 도입 파트너 중 하나로 인정했다.

이번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 역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런 회장의 묘책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출처: 아주경제 5월 19일자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