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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간 예술대사 - 리원링(李文玲) |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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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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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칭다오시 타이핑로(太平路) 탠허우꿍(天後宮) 서쪽의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6평방미터 밖에 되지 않는 작은 방에 리원링의 작업실이 꾸며져 있다. 리원링은 밑그림도, 본을 따지도 않고 직접 오려 작품을 만드는 종이공예기술을 가진 세계적으로도 몇 안되는 고수 중의 한사람이다. 작은 작업실에 들어서면 마치 풍부한 중국민속세계 속에 빠져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벽, 탁상 등 곳곳에 각양각색의 종이공예 작품들을 볼 수가 있는데 마치 용트림을 하며 하늘로 치솟을 것 같은 긴 용, 춤추며 날아갈 듯한 화려한 봉황새, 위풍당당하고 근엄한 자태로 앉아있는 호랑이, 끝없이 끝없이 넓은 초원을 내달릴 듯 생동하는 야생마,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모습인 듯한 포옹하는 두 모자의 모습, 바람이 불면 날개를 움츠릴 듯 아름다운 선을 자랑하는 팔선녀 등 그 생동감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생물을 보는 듯 하다.
가업을 물려받은 소녀
올해 54세의 리원링은 종이공예를 시작한지 이미 48년, 대대로 물려 받은 솜씨이다. 리원링의 증조할머니 때부터 전해 내려온 공예는 이미 15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6살때부터 리원링은 할머니의 무릎에 앉아 종이를 오리기 시작했는데 그때 기억에 의하면  아마 첫 작품이 나비였을거라고 회상한다. “그땐 사실 아무것도 몰랐지만 그냥 종이오리기가 좋았어요, 한번에 어떤 모양을 오려내는게 너무 신기했고 부러웠어요. 할머니가 어여쁜 나비를 오릴 수 있으면 나도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죠.” 아마 바로 이런 종이공예에 대한 애착과 강한 승부심으로 그녀의 솜씨는 눈에 띄이게 발전해갔다. 초등학교 때 꼬마친구들은 손수건이나 제기로 그녀가 만든 종이와 바꾸기를 원할 정도였다.
붉은 종이공예 작품으로 둘러싸인 작업실 탁상 위에 검정색으로 만든 작품 하나가 유난히 눈에 띈다.
얼핏 보기에는 그냥 검정색 선 같은데 다가가 자세히 보니 아기가 요람속에서 달콤하게 자고 있고 엄마가 옆에서 수를 놓고 있는 정경으로, 엄마 옆에는 작은 가위, 바늘, 실 등이 놓여 있어 따뜻한 모자의 정을 느끼게 한다. 이는 리원링 최초의 작품으로서 12살 때쯤 만든 것이라고 한다. 12세 소녀의 손끝에서 나온 작품이라고 생각하기엔 그 정교함이나 예술성이 가히 수준급이라 할 만하다.
어릴 때 리원링은 많은걸 배우기는 했지만 별로 잘하는 것이 없었고, 유독 종이 오리기에만 애착을 가져 하루 종일 집 문턱에 앉아 종이를 오리기를 즐겼다고 한다. 오려서 만든 종이는 항상 두툼한 책에 끼워 넣곤 하였는데 그 책이 나중에는 결국 두꺼비 배처럼 불룩 해 질 정도였다며 웃는다.
1979년 결혼 시 리원링은 직접 만든 ‘기쁠 희(喜)’ 자를 대문에 붙였는데 친지들이 이구동성으로 대단한 작품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훗날 안 일인데, 그날 북적이던 친척들은 신부의 아름다운 모습을 구경하러 온 게 아니라 문 앞에 붙여 둔 ‘기쁠 희(喜)’ 자를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 뒤 리원링의 조카 결혼식에 ‘기쁠 희(喜)’ 자를 직접 오려 선물하였는데 대문에 붙여 놓은 첫날 도둑을 맞아 기쁜 날의 이야기 꺼리가 되기도 하였다며 자신의 작품으로 인해 생겼던 많은 에피소드를 쏟아 놓는다.
50여 년 가위와 동거동락
종이공예에 대한 예술적인 감각이 뛰어났던 만큼 그녀의 가위질은 남달랐다. 가위에 대한 애착으로 가위만 보면 가위 날이 좋은지, 종이공예에는 적합한 지를 확인하곤 하였다. 결혼한지 얼마 안된 리원링은 시어머니의 가위가 욕심나서 그걸 달라고 하였는데 상점에 똑같은 가위가 많다면서 끝내 주지 않았다고 한다. 리원링은 상점에 많은 가위가 있지만 시어머님이 사용하시던 그 가위와는 많이 달랐다고 한다. 가윗날이 매섭고, 올곧은 것 하며, 오랫동안 사용한 터라 손에 착 달라붙는 느낌이 그야말로 종이공예에 쓰일 가위로는 안성맞춤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그 가위는 시어머님이 돌아가신 후에야 그녀의 소유가 되었다고 농담 삼아 말한다. 지금도 리원링은 시어머님께서 물려주신 가위를 고이 간직하며 ‘그 가위는 좋은 작품을 만드는 마술이 있다’고 귀뜸 해 준다.
종이공예라 함은
종이공예란 독특한 예술풍격을 가진 중국민속예술로 가위로 오린 후 화려한 색을 입히는 수공기술이다. 사람들은 보통 명절기간의 장식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창문에 붙인다고 해서 “창화(窗花)”라고도 하며 중국 최초 종이공예 실물은 신쟝 투루판 후어얜산(新疆吐魯番火焰山) 근처에서 발견된 북송시기 5개 종이를 합쳐서 만든 꽃 모양 종이작품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원링의 종이공예기술은 일반적으로 찾아 볼 수 없는 희귀한 예술 중의 하나이다. 소위 말하는 순수한 전통문화 즉 새기는 기술 없이 즉석으로 종이를 접어 가위로 오려내어 작품을 만드는 전통을 그대로 계승한 민간예술로써 중국에서도 매우 높이 평가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리원링은 칭다오시 실험소학교에서 예술종이공예를 가르치고 있고, 화교학교에서 외국인 학생, 특히 한국학생들의 흥미가 높아, 중국의 전통공예를 전수하고 있기도 하다. 종이공예는 오리기 전에 머리 속에 먼저 윤곽을 잡아 놓아야 하는데 이러한 훈련은 아이의 관찰능력과 상상력, 창조력에 큰 도움을 주게 된다. 또한 손으로 가위질을 하며 두뇌의 운동을 도와주어 두뇌 발달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처녀작, 박물관에 보존
1999년 당시 종이공예가 점차 사람들 사이로 퍼져가고 있을 무렵 칭다오시에서는 “천희(千禧)년 기념품” 대회가 열렸다. 당시 유치원 교사였던 리원링은 긴 용을 만들어 대회에 출전했는데 2등 상을 수상하여 당시 작품이 칭다오 박물관에 보존되어 있다. 이는 리원링이 대회처녀작이자 처음으로 자신의 실력을 공식대회에서 인정받은 계기가 되었다.
2004년 6월 아시아 협력대회(ACD) 제3차 의장회의가 칭다오에서 개최되었는데 리원링은 당시 특별게스트로 초청되어 각국의장들 앞에서 종이공예작품을 만들어내어 찬탄을 받은 적이 있다. 이후, 일본 등지에서 리원링을 초청, 그녀의 종이예술을 즉석에서 감상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세계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그녀의 예술적 가치를 인정한 중국정부는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민간예술대사’ 라는 칭호를 수여 하게 된다…
그녀의 작품을 만나고 싶은 사람은, 칭다오시 타이핑루(太平路) 19호 탠허우꿍(天後宮) 박물관(전화 8479-5679（小靈通）0532-8374-5175)로 찾아가면 된다.
글 : 하오산동 기자 장빈, 사진 : 하오산동 기자 호성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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