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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넘치는 그늘에 서 있는 시인 |
[조회수 :
5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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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른 바람만 하얗게 밀리는 초원
건기에 굶주린 치타가
수 천 마리 떼지어 몰려가는 새끼 누우를 공격한다
눈빛 생생한 붉은 심장을 물어뜯는다
건초더미 파고드는 햇볕의 살의
살 냄새에 내장 꼬인 하이에나 무리들
어미젖을 찾는 만 하루 된
아기치타에게 덤벼든다
하루치 삶으론 완벽한
더운 맥박을 찢는다
무심하도록 창창한 하늘
숨 한 번 들이키지 않는 정적 속
넘어지며 거품 무는
탄식,
하얀 뭉게구름
빠르게
아주 조용히
문을 닫는다
![]() 김금용 시인이 발간한 시집 <<넘치는 그늘>> 에 수록 된 <완벽한 생> 이라는 시다.
무심하도록 창창한 하늘, 고요한 밀림의 한 귀퉁이에서 짧은 생을 마감하는 어린 짐승들의 삶이, 딴에는 자연과의 완벽한 조화로 짧은 생을 마치고 있다.
김금용 시인은 1997년 현대시학에 등단한 이래 <<광화문 쟈콥>> 이라는 첫 번째 시집을 발간 한 후 이 곳 청도에서 생활하던 중 8년 만에 두 번째 시집인 넘치는 그늘을 발표하여 청도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축하의 메시지를 전달 받고 있다.
청도는 중국에서도 한국 교민이 가장 많은 도시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렇듯 언어가 통하는 사람들이 많은 외국에서는 몸가짐 마음가짐에 한시라도 긴장을 늦추어서는 안되는 부분이 잠재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더더군다나 공식적인 석상에 가장 많은 모습을 드러내는 공인의 아내로써, 한 국가를 대표하는 마음가짐이 언제나 부담으로 다가왔을 법도 한데, 김금용 시인은 이러한 지위적 특수성에 대한 임무를 부군과 함께 자랑스럽게 수행해 나가고 있다. 때문에 청도는 이미 그녀를 대한민국 주 청도 총영사 신형근의 아내로 보다는 청도 10대 인물 선정인이자 중화자선상을 수여 받은 첫 번째 외국인으로, 시립병원 자원 봉사자로, 행복한 가게 후원자로, 박애대사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수식어를 나열하며 그녀의 선행과 자선을 추앙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 흔히 접했던 신형근 총영사의 옆자리에 앉은 그녀가 아닌, 기자가 만난 그녀는 자식을 그리는 고향의 어머니, 수더분한 이웃집 아줌마, 올곧기만 하셨던 옛 은사님, 여리디 여린 한 여인의 모습으로 전혀 낯설지 않은 우리네 그것과 똑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1993년 가족들과 함께 여행 삼아 청도를 잠시 들린 적이 있었다고 한다.
노산을 에워싸고 있는 바다의 푸르름과 바다를 안고 있는 바위산의 강한 인상이 이미 뇌리에 박혀 있던 터라 2004년 청도 총영사로 발령 받아 부군을 따라 청도를 들어왔을 때, 옛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웠고 그만큼 시작부터 이질감 없이 잘 지낼 것 같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몇몇 마주치게 된 교민들의 총영사관에 대한 불만의 눈길은 그녀를 가슴 아프게 했다. 때문에 청도에서 생활하는 교민들과 이질감을 갖지 않고 생활 할 수 있도록 소박하고 소탈한 씀씀이로, 먼저 자신을 낮춰 말을 건네고 맘을 전하는 진실함으로 교민들과 함께 호흡하기 위한 노력에 열정을 쏟기로 마음 먹었다.
그 첫 번째 실천이 바로 교민들과 함께 봉사활동에 앞장서는 것,
이미 10여 년 이상의 삶을 꾸려온 우리 교민들이 여전히 청도에 흡수되지 않고, 그만큼 억울한 일을 당해도 청도로부터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만 했던 신형근 총영사는 교민들의 선행을 중국인들에게 우선 알려 한국인의 이미지 개선을 할 필요가 있음을 느꼈고 이에 부인이 함께 동참, 중국정부 산하 청도 홍십자에 적극 가입함으로써 교민들의 자원봉사활동이 활기를 띌 수 있었던 것이다. 부인이 나서줌으로써 부족한 영사관 직원의 일도 더불어 도와줄 수 있고 양국간의 빈번해진 다양한 교류는 물론, 중국 현지의 선행 지지 대세와 맞아 떨어져 김금용 시인의 자선 활동은 더욱 많은 현지인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다. 또한 이로 인해 착한 한국사람들 이라는 인상을 이 곳 현지인들에게 깊게 남길 수 있게 됨은 두 말할 나위 없다.
이미 27년 간의 외교관 생활을 해오면서 한국학교가 없는 곳에선 한국어선생님으로, 서울에 머무는 동안엔 외교관부인들의 잡지 편집위원으로, 장애인 모임인 상록수 지도선생님으로 활동해왔던 김금용 시인은 청도 적십자사와의 인연을 계기로 행복한 가게라는 둥지를 품게 되었다. 행복한 가게는 청도 아동병원의 심장병 어린이를 돕는 활동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약 1여명이 넘는 현지인들의 치료비와 수술비를 지급해 주고 있다.
아무리 선한 사람이라도 신이 아닌 이상 보람 없이 자선 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누군가를 도울 수 있고, 수혜자의 건강해진 모습이 김금용 시인에게는 보람이고 기쁨이다.
이렇듯 남을 돕는 생활은 시를 쓰는 데도 큰 영감을 가져다 주는 좋은 소재라고 한다.
그녀는 자신의 청도 자선활동을 이렇게 표현한다.
전체 인생을 본다면 외교관 아내로서의 삶은 짧은 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때문에 평범한 삶을 포기하고 권위적인 삶에 욕심을 낸다면 그건 옳지 않다고 봐요, 사랑 받는 사람이 행복하다고 하지만, 청도에서 진정으로 주는 사랑의 기쁨을 깨달을 수 있어 청도의 삶이 가치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에서 상록수 봉사활동을 다닐 때, 젊은 대학생들이 뇌성마비 환자들을 돌보고, 순수한 마음으로 장애인의 신발끈을 묶어주는 모습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미래와 희망을 볼 수 있었답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힘들다고들 하지만, 남몰래 봉사활동을 하는 젊은이들이 있는 한 분명 꾸준히 발전하는 희망의 나라라고 믿어지고 우리 청도 교민들의 미래가 또한 밝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요
굳이 문자로 그녀를 말하자면 그녀는 감정이입에 있어 탁월한 감수성을 지닌 시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 상업적 도구로 전락하는 현대 시들의 자극적인 문구를 접하다가, 김금용 시인의 넘치는 그늘과 같은 순수한 시에 대한 애정은 마치 입 안에서 흥얼대기 편한 민요 같은 넋두리마저 느끼게 한다.
누구든 아무도 타인의 인생을 논할 수 없다. 조물주가 주신 틀 안에서 만들어진 이상 단 하루의 시간일지라도 어린 치타의 삶이 불완전했다고 말 할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이다. 시인 김금용은 자신이 쓴 완벽한 생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외교관의 아내가 쓰는 시가 아닌 시를 사랑하는 외교관의 아내로 그녀의 완벽한 생에 축복이 가득하길 바란다.
사진 : 하오산동 호성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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